문화 책 이야기 452

"1920년대의 상해" (2)

2020.6.14(일) 정정화, [장강일기], 학민사, 1998. 정정화(1900~1991): 1900년 서울에서 태어나 열한 살 나던 해에 대한협회 회장을 지낸 동농 김가진의 아들 김의한과 결혼한다. 21세 되던 해 중국 상해에 망명해 있던 시아버지와 남편의 뒤를 따라 상해로 탈출함으로써 중국에서의 망명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임정밀사의 자격으로 독립운동자금 모금의 밀령을 띠고 지하 조직을 통해 국내에 잠입, 밀령을 수행한다. 1차 국내 잠입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국경을 넘나든 그녀는, 1932년 윤봉길 의사 폭탄 투척 사건으로 임정 요인들과 함께 상해 프랑스 조계를 탈출, 망명정부를 뒤바라지하면서 해방되기까지 10여 년 동안 대륙의 피난길을 떠돌게 된다. 중경에서 조국의 해방을 맞으며 그녀는 전쟁 난민..

"1920년대의 상해"(1)

2020.6.13(토) 정정화, [장강일기], 학민사, 1998. 정정화(1900~1991): 1900년 서울에서 태어나 열한 살 나던 해에 대한협회 회장을 지낸 동농 김가진의 아들 김의한과 결혼한다. 21세 되던 해 중국 상해에 망명해 있던 시아버지와 남편의 뒤를 따라 상해로 탈출함으로써 중국에서의 망명생활을 시작한 그녀는 임정밀사의 자격으로 독립운동자금 모금의 밀령을 띠고 지하 조직을 통해 국내에 잠입, 밀령을 수행한다. 1차 국내 잠입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국경을 넘나든 그녀는, 1932년 윤봉길 의사 폭탄 투척 사건으로 임정 요인들과 함께 상해 프랑스 조계를 탈출, 망명정부를 뒤바라지하면서 해방되기까지 10여 년 동안 대륙의 피난길을 떠돌게 된다. 중경에서 조국의 해방을 맞으며 그녀는 전쟁 난민..

열하일기

[열하일기], 박지원 씀, 리상호 옮김 박지원 (1737-1805) 연암 박지원은 1780년 북경사신단에 합류해 열하로감 [열하일기]는 압록강 건너는 6월24일부터 시작해서 열하에서 북경으로 8월20일까지 여정에 집중해서 쓴 글 1780 5.25 임금께 사직인사, 9월17일까지 북경에 머물렀고 10.27 한양 도착 . . . . ... 2014.4.13 금산 새벽4시45분 쉰듯한 긴 휘파람 새소리가 들린다. 새들이 깨어나는 시간인듯 하다. 며칠전부터 개구리소리 들렸다. 어제 아침 일어나니 살짝 비 왔었다. 엎드려 자다 일어나니 새벽 3시반. 비가 오는지 낙숫물 소리 났다. 이왕 잠깬 마당에 열하일기를 읽었다. 박지원은 호기심많고 호기롭고 관찰력이 세밀하다. 그간의 글공부와 풍문으로 들었던것을 중국와서 보..

"폭풍우 속에서도 태양은 떠오른다"

2020. 6.7(일) 김영갑 사진.글, [그 섬에 내가 있었네], human & books, 2004  “폭풍우 속에서도 태양은 떠오른다” 수평선에 태양이 나타나기 전 들판으로 바다로 나가 해가 떠오르길 기다린다. 그리고 태양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땅거미가 짙어지면 카메라를 챙긴다. 그것이 하루의 시작이자 끝이었던 때가 있었다. 샐러리맨들이 직장으로 출근하듯,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하루도 빠짐없이 카메라를 둘러메고 집을 나섰다. 사진가인 나는 그렇게 태양의 변화를 지켜보며 들판에서 바다에서 젊음을 떠나보냈다. 몸이 아파 제주도를 떠나 있을 때에도 폭풍우와 눈보라가 몰아칠 때에도, 태양은 수평선 위로 떠올랐다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태양은 늘 그랬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그랬고, 내가 죽은 ..

''길 끝에서 또 다른 길을 만나다"

2020. 6.6(토) 김영갑 사진.글, [그 섬에 내가 있었네], human & books, 2004  “길 끝에서 또 다른 길을 만나다” 얼굴에서 웃음을 잃은 지 오래다. 미소를 지으면 얼굴 근육에 통증이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을 자제하게 된다. 어쩌다 기자들이 와서 인터뷰를 할 때면 모두들 카메라를 보고 웃어달라고 부탁한다. 웃으려고 하면 얼굴이 찌푸려지고 화난 표정이 된다. 그러면 다시 한번 활짝 웃어보라고 주문한다. 잠깐이면 된다고, 안 되는데도 자꾸만 부탁한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웃음이다. 이제는 얼굴을 꼬집어도 아프지 않다. 마음은 웃고 있어도 얼굴은 무표정이다. 얼굴은 마음을 나타내는 거울이라는데 그 거울에 먼지가 끼었기 때문일까. 먼지를 닦아내도 뿌..

낭독 "몰입의 황홀함"

2020. 5.31(일) 김영갑 사진.글, [그 섬에 내가 있었네], human & books, 2004 “몰입의 황홀함”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만류했지만 사진 갤러리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내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 하나에 깊이 몰입하지 않는다면 나는 중환자로서 우울하고 절망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처음부터 꼭 완성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다. 만일 처음부터 완성을 생각했다면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그저 오늘 하루만, 한 주만, 한 달만, 내 힘이 닿는 데까지만 해볼 생각이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온몸의 기력이 소진해 카메라를 들기는커녕 손가락 힘이 없어 셔터조차 누를 수 없기 때문이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거나 앞뒤고 움직일 수도 없다. 잔인한 통증 때문이다. 허리도 자유로이..

낭독 "기다림은 나의 삶"

2020. 5.30(토) 김영갑 사진.글, [그 섬에 내가 있었네], human & books, 2004  “기다림은 나의 삶” 길을 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갈림길이 나타나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몰라 주위에 물어본다. 하지만 친절하게 가르쳐줘도 망설여져 선뜻 길을 떠날 수가 없다. 오랜 고민 끝에 마침내 길을 선택한다. 친절하게 가르쳐준 이들은 엉뚱한 길을 선택하는 나를 보고 혀를 차며 안타까워한다. 편한 길 놔두고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나무란다. 사람들은 편안하고 풍족한 삶이 보장되는 길을 가지 못해 안달복달인데 스스로 불편하고 궁핍한 생활을 선택하니 미련하고 어리석다고 야유를 보낸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 젊음 또한 얼마 가지 않는다는 것을 ..

낭독 가을 - 17

2020.5.26(화) [체리토마토파이] (베로니크 드 뷔르/이세진 옮김, 2019, 청미) 가을 11월 17일 화요일 잠을 잘 못 잤다. 그놈의 보험 문제가 걱정이 되어서 마음 편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만약에 진짜로 시급한 일이라면? 그래서 오늘 아침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보험을 바꿨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한다. 파스칼이라는 사람이 보험 배상 의무 문제로 전화를 걸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일 없다고 한다. 아는 사람 중에서 파스칼은 없다고 한다. 아들은 그런 메시지의 목적은 단 하나라고. 어떻게든 그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게 하려고 쓰는 꼼수일 뿐이라고 한다. 그 번호로 걸면 전화 요금이 천문학적인 액수가 나오니까 절대로 걸면 안 된다나. 전화뿐만 아니라 문자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

낭독 "만돌이, 부등가리 하나 주게"

2020. 5. 24(일) 목성균, [누비처네], 2010, 연암서가 “만돌이, 부등가리 하나 주게” 지금은 다 산이 되었지만 강만돌 어른이 살아 계실 때는 윗버들미의 유지봉 넓은 산자락에는 따비밭들이 누덕누덕 널려 있었다. 가을걷이가 한창일 때는 사랑간에 한방 가득 장정들이 모여서 달이 뜨기를 기다렸다. 달빛이 방문을 하얗게 적시면 “달 떴네” 하는 좌장 말에 놀던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사랑 마당 가득한 지게에서 제 것을 찾아 지고 유지봉 따비밭으로 올라갔다. 아직 바심(타작)을 못하고 가려 놓은 채 있는 뉘 집 서슥(조) 더미를 울력으로 져내리기 위해서다. 강만돌 어른네 따비밭의 서슥 더미를 헐어서 한 짐씩 짊어 놓고 앉아서 내려다보던 푸른 달빛이 어린 골짜기. 풀어 널은 명주 자치처럼 달빛..

낭독 "조선낫과 왜낫"

2020. 5. 23(토) 목성균, [누비처네], 2010, 연암서가 “조선낫과 왜낫” 조선낫과 왜낫이 낫이라는 사실만으로 동류인식될 수는 없다. 꼭 국적이 다르기 때문이라기보다 외양처럼 판이한 그 성품 때문이다. ‘조선낫은 진중하고 왜낫은 경박하다.’ 조선낫에 대한 편향적 지적일까. ‘조선낫은 미욱하고 왜낫은 지능적이다.’ 그리 말하니 조선낫을 천하게 보는 것 같아서 싫다. 그러면 상식적으로 말하자. ‘조선낫은 무겁고 왜낫은 가볍다.’ 사용의 효율성에 착안한 연장의 상반된 차이가 국민성 때문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조선낫은 대장간에서 대장장이가 무쇠를 녹여서 벼려 내는 수제품이다. 대장장이의 솜씨에 따라 낫의 모양이나 성질이 가지각색이다. 모양새가 뭉툭하든가, 넓적하든가, 날이 좀 무르든가. 좀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