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469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 2004년 8월 30일 여름안거 해제 법정, [일기일회], 문학의 숲, 2009 그가 수첩에 적어 놓은 행복의 비결은 이 밖에도 더 있지만, 장황한 것 같아서 하나만 더 소개하겠습니다. 이 사람이 한번은 아프리카에서 친구의 초대를 받았다가 노상에서 강도를 만나 차를 빼앗깁니다. 강도들은 의사 일행을 지하실에 가두고 어떻게 처리할까 옥신각신합니다. 그런데 강도의 우두머리가 의사의 몸을 수색하다 주머니에서 행복의 비결을 적은 쪽지를 보고 의사 일행을 풀어 줍니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행복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하나의 기적입니다. 우리는 늘 많은 시간 속에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느끼지 못합니다. 살아 있다는 것, 그 자..

'날마다 좋은 날'

’날마다 좋은 날’ 2006년 8월 19일 여름안거 해제 법정, [일기일회], 문학의 숲, 2009 지난 여름, 제게 있어 가장 보람되고 즐거웠던 시간을 꼽으라면, 아침저녁으로 개울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묵묵히 앉아 있던 그 시간입니다. 책 읽고 밖에 나가서 일하는 시간은 부수적인 것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묵묵히 개울물 소리에 귀를 맡기고 조용히 앉아 있을 때가 가장 기쁜 시간입니다. 이것을 선열위식이라고 하는데, 선의 기쁨으로 밥을 삼는다는 뜻입니다. 불자들은 그런 수행을 꼭 안거 기간만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불교 수행자의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그런 자기 충전을 통해 이 험난한 세상을 무난히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만일 자기 충전의 시간이 없다면 늘 중생 놀음, ..

'말거간 전' (2)

박지원, [나는 껄껄 선생이라오](홍기문 옮김), 보리, 2004. 박지원(1737~1805): 노론 명문가인 반남 박씨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벼슬에 뜻이 없어 과거를 보지 않았다. 신분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사귀며 학문을 닦았다. 홍국영의 세도정치를 피해 황해도 금천의 연암골로 들어가 살며, ‘연암’이라는 호를 가지게 되었다. 쉰 살 넘어 정조의 부름을 받고 선공감역, 안의현감 들을 지냈다. 홍대용과 깊이 사귀었고,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 들의 스승이자 벗이었다. 문학, 철학, 사회 사상, 행정, 과학, 음악 따위 두루 학식이 깊어 뛰어난 글을 많이 써 당대 사람들뿐 아니라 후대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양반전’ ‘범의 꾸중’을 비롯한 단편 소설 십여 편, 시 사십여 수, 농업과 토지 문제..

'말거간 전' (1)

박지원, [나는 껄껄 선생이라오](홍기문 옮김), 보리, 2004. 박지원(1737~1805): 노론 명문가인 반남 박씨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벼슬에 뜻이 없어 과거를 보지 않았다. 신분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사귀며 학문을 닦았다. 홍국영의 세도정치를 피해 황해도 금천의 연암골로 들어가 살며, ‘연암’이라는 호를 가지게 되었다. 쉰 살 넘어 정조의 부름을 받고 선공감역, 안의현감 들을 지냈다. 홍대용과 깊이 사귀었고,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 들의 스승이자 벗이었다. 문학, 철학, 사회 사상, 행정, 과학, 음악 따위 두루 학식이 깊어 뛰어난 글을 많이 써 당대 사람들뿐 아니라 후대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양반전’ ‘범의 꾸중’을 비롯한 단편 소설 십여 편, 시 사십여 수, 농업과 토지 문제..

'민 노인전' (2)

박지원, [나는 껄껄 선생이라오](홍기문 옮김), 보리, 2004. 박지원(1737~1805): 노론 명문가인 반남 박씨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벼슬에 뜻이 없어 과거를 보지 않았다. 신분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사귀며 학문을 닦았다. 홍국영의 세도정치를 피해 황해도 금천의 연암골로 들어가 살며, ‘연암’이라는 호를 가지게 되었다. 쉰 살 넘어 정조의 부름을 받고 선공감역, 안의현감 등을 지냈다. 홍대용과 깊이 사귀었고,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 들의 스승이자 벗이었다. 문학, 철학, 사회 사상, 행정, 과학, 음악 따위 두루 학식이 깊어 뛰어난 글을 많이 써 당대 사람들뿐 아니라 후대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양반전’ ‘범의 꾸중’을 비롯한 단편 소설 십여 편, 시 사십여 수, 농업과 토지 문제..

'민 노인전' (1)

박지원, [나는 껄껄 선생이라오](홍기문 옮김), 보리, 2004. 박지원(1737~1805): 노론 명문가인 반남 박씨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벼슬에 뜻이 없어 과거를 보지 않았다. 신분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사귀며 학문을 닦았다. 홍국영의 세도정치를 피해 황해도 금천의 연암골로 들어가 살며, ‘연암’이라는 호를 가지게 되었다. 쉰 살 넘어 정조의 부름을 받고 선공감역, 안의현감 등을 지냈다. 홍대용과 깊이 사귀었고, 박제가, 이덕무, 유득공, 이서구 들의 스승이자 벗이었다. 문학, 철학, 사회 사상, 행정, 과학, 음악 따위 두루 학식이 깊어 뛰어난 글을 많이 써 당대 사람들뿐 아니라 후대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양반전’ ‘범의 꾸중’을 비롯한 단편 소설 십여 편, 시 사십여 수, 농업과 토지 문제..

돼지 구이를 논함 (2)

2020.7.19(일) 찰스 램, [찰스 램 수필선](김기철 번역), 문예출판사, 1976. 찰스 램(Charles Lamb, 1775~1834) : 영국의 수필가이자 시인, 필명 엘리아. [엘리아 수필집]은 영국 수필 최고의 걸작으로 불린다. “돼지 구이를 논함”(2) 결국 두 부자는 감시를 받게 되고, 그 무서운 비밀이 발각되어서, 그때만 해도 하찮은 규모의 도읍으로 재판을 받기 위해 소환되었다. 증거가 제시되고, 그 눈총을 받는 고기 자체도 법정에 제출되어 판결이 막 내려지려고 하는데, 바로 그때에 수석배심원이 범인이 고발당하게 만든 바로 그 불에 탄 돼지고기를 조금 배심원석에 건네줄 것을 요청했다. 수석배심원들도 그것을 만져보고, 그 밖의 다른 배심원들도 모두 그것을 만져보았다. 그런데 보보와 그..

돼지 구이를 논함

2020.7.18(토) 찰스 램, [찰스 램 수필선](김기철 번역), 문예출판사, 1976. 찰스 램(Charles Lamb, 1775~1834) : 영국의 수필가이자 시인, 필명 엘리아. [엘리아 수필집]은 영국 수필 최고의 걸작으로 불린다. “돼지 구이를 논함”(1) 어느 날 아침 돼지치기 호티란 사람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돼지에게 먹일 도토리를 주워오려고 숲속으로 가면서 오막살이집을 큰 아들인 보보에게 지키라고 했는데, 그 녀석이 아주 칠뜨기여서 고 또래의 아이 녀석들이 좋아하는 불장난을 하다 불똥을 짚단에 튀게 하는 바람에 순식간에 불이 확 퍼져, 그 알량한 오두막집을 홀딱 태워먹으니, 결국 몇 줌 안되는 재만 남게 되었다. 그 오두막(건물이라고는 하지만 노아의 홍수 이전의 한심스런 임시 움막쯤..

건지 섬의 문학회

2020. 7.12(일) 매리 앤 섀퍼, 애니 배로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신선해 옮김), 비전비엔피, 2018. 아멜리아(Amelia)가 줄리엣(Juliet)에게 2월 18일 친애하는 애슈턴 양, 저의 염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줘서 고마워요. 어젯밤 문학회 모임에서 당신의 칼럼 이야기를 했어요. 칼럼에 찬성한다면 자신이 읽은 책과 독서에서 찾은 즐거움에 대해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내라고 제안했고요.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문학회의 회장인 이솔라 프리비가 조용히 하라며 의사봉을 두드릴 정도였답니다(하긴 이솔라는 누가 부추기지 않아도 의사봉 두드리는 덴 선수죠). 곧 당신에게 편지가 많이 갈 거예요. 당신이 쓸 칼럼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문학회의 설립 배경은 도시(Dawse..

북클럽의 시작

2020. 7.11(토) 매리 앤 섀퍼, 애니 배로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신선해 옮김), 비전비엔피, 2018. 도시(Dawsey)가 줄리엣(Juliet)에게 1월 31일 친애하는 애슈턴 양, 보내주신 책이 어제 도착했습니다! 참 친절한 분이군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세인트피터포트 항구에서 일합니다. 배에서 짐을 내리는 일이지요. 그래서 휴식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어요. 버터 바른 빵과 진짜 차를 맛볼 수 있고 이제 당신에게 받은 책까지 있으니 이거야말로 축복입니다. 표지가 딱딱하지 않아서 어딜 가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으니 더 좋습니다. 물론 너무 빨리 읽지 않게 조심할 겁니다. 찰스 램의 초상화도 생겼으니 이 또한 소중한 일입니다. 그는 머리숱이 많았군요, 그렇죠? 물론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