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책 이야기

김탁환, 이토록 고고한 연예, 2018

이춘아 2020. 1. 9. 20:27

 

김탁환, 이토록 고고한 연예, 2018, 북스피어

 

동네도서관 새 책 코너에 꽂힌 책 몇권을 빌려왔다. 여러권 중에서도 역시 먼저 손에 들어오는 책은 소설책이다.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김탁환 소설가의 책을 읽지 않은지 몇년이 지났나보다. [이토록 고고한 연예] 2018년이면 신작인듯. 몇년 사이 나온 책들 몇 권이 된다. 세월호를 다룬 [거짓말이다]라는 책도 있었다. 

 

고고한 연예라는 단어를 보면서도 고고한 연애로 읽었다. 책머리에 ‘사진실 선배를 기억하며’라는 단어가 나와 사진실, 이란 분이 누군인지 찾아보기도 했다. ‘전통연희의 재창조를 꿈꾸었던 분’이라는 제목이 나온다. 이 책은 연희, 산대놀이 검무, 광대, 기생의 춤과 놀이에 대한 기록이다. ‘달문’이란 이름의 광대와 '모독'이라는 이름의 매설가와의 얽힌 관계를 풀어내고 있다. 

 

달문이 사람을 사랑했고 믿었다는 것. 굶어죽어 가는 이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었던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추적하고 있다. 인간의 윤리성, 선한 사람의 표징으로서 달문, 예인으로서 달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좇아가는 소설가. 소설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보여주려 했다. 1700년대 영조시대를 다루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창작의 기본의 핵심은 같다. 

 

작가는 2018년의 시점에서 인간의 선한 의지를 예술과 함께 풀어내고 싶었던 것 같다. 세월호를 통해 보여준 사람들, 그 이후 좌익이니 보수니 온나라를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나뉘게된 세태 속에서 권선징악 요소를 넣으면서 인간의 선한 의지를 지켜내고 싶었던것 같다.

 

아래는 발췌문 일부

 

358: 내가 나눈 대화를 중심으로 일화들을 연결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나를 만나기 전 달문의 거지 생활은 어떠했는지, 달문이 추는 춤의 종류와 구사하는 춤사위의 이름과 특징은 무엇인지, 산대놀이는 언제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하다못해 지금까지 조방꾸니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는 누구인지까지 궁금했던 것이다. 아낌없이 돈과 시간을 썼다. 달문이 특히 잘 추는 철괴무와 팔풍무는 광대에게 교습비를 내고 직접 배웠다. 이야기를 듣고 춤을 보는 것만으로는 달문이 구사한 춤사위의 특별함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산대놀이의 역사에 대해선 좌포청 홍 별감과 군기시 소 별감을 청하여 따로 문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나 붓을 잡고 문자을 적어 나가기 시작하자, 이야기 속 달문이 스스로 움직였다. 

 

360: 구성이 간결하면서도 문장이 아름답고 긴장감이 흐르는 소설들을 참고하기 위해 대광통교 세책방에 들렸다. 

 

366: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소설을 쓰고 다듬은 한 달이었다. 조방꾸니 시절을 100장에 맞추면서, 900장을 고쳐 문장을 다듬고 구성을 새로 짜나갔다. 200장을 줄이고 100장을 더 써서 달문의 이야기를 800장으로 마무리 지었다. 

 

377: 앞으로 돈이 드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요. 돈 없이도 할 일이 얼마나 많은 줄 아십니까? 저는 이게 편합니다. 

 

405: 낙엽 밟는 소리가 가슴을 잘게 부수는 늦가을이었다. 

 

488: 그는 남들이 쓰지 않는 근육뿐만이 아니라 남들이 쓰지 않는 마음을 쓰면서 여기까지 살아왔다는 것을. 그 마음과 몸으로 많은 사람을 살렷다는 것을, 누군가 한 사람쯤은 그런 달문을 이해하고 문장으로 적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아직 달문에게서 들을 이야기가 많았다. 

 

574: 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무엇을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무엇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저를 믿어 주기 때문에, 그렇게 도움만 받으며 살아왔습니다. .

 

612: 제가 누군지, 왜 이 거리를 벗어나지 못했는지 소설 덕분에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613: 사람이 사람을 믿고 무너가를 함께하는 건 평범하면서도 놀라운 일입죠

 

614: 그 경험의 끝이 소설의 끝이라고 어렴풋이 예상했다. 그러나 이것이 소설이라면, 반드시 지나간 일만 적을 필요는 없었다. 지금 내 마음에서 일렁이는 일, 그리고 그 일렁임을따라 피어날 일들도 소설 속에 얼마든지 담길 수 있었다.

'문화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마스 머튼의 영적 일기  (0) 2020.02.06
사회적 자본  (0) 2020.01.21
두 늙은 여자  (0) 2020.01.06
박성옥, [대중지성, 소세키를 만나다],2020,북드라망  (0) 2020.01.05
밥하는시간  (0) 2019.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