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닉, [슬픔에 이름 붙이기], 윌북, 2024. (44~46쪽) 살아 있는 것들 대부분은 삶이 소중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상기할 필요가 없다. 그것들은 그저 시간을 흘려보낼 뿐이다. 늙은 고양이는 서점 창가에 앉아서 사람들이 헤매는 동안 즐겁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차분하게 눈을 깜빡이며,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며, 길 건너편에 밴에서 짐을 내리는 모습을 게으르게 쳐다보며,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그리고 그래도 괜찮다. 그렇게 사는 것도 그리 나쁜 건 아니다. 삶의 거의 대부분이 이런 식으로 평범한 시간 속에서 흘러간다. 대단한 투쟁도, 신비하고 성스러운 일도, 직관의 순간도 없다. 그저 작은 이미지들에 붙들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소박한 가정생활이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