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272

더 디그

2021.3.9 음식이나 나뭇잎을 쌓아 퇴비밭으로 했던 자리가 정말 퇴비흙으로 만들어졌다. 호미를 갖다대자마자 돼지감자가 마구 마구 나왔다. 조금 전에 [더 디그]라는 영화를 보다가 나와 일을 벌였던터라, 고고학자들이 발굴할 때 처럼 조심스럽게 돼지감자가 찍히지 않도록 살살 파내려갔다. 영화에서는 황금 유물이, 나의 밭에서는 돼지감자가 발굴되었다. 퇴비층이기도 했지만 면적에 비해 발굴의 양이 꽤 많은 편이었다. 횡재한 기분. 밭을 갈 때면 늘 떠올리는 장면, 어릴 때 본 동화책이었던 것 같은데 게으른 자식들에게 아버지가 남긴 유언은 밭 아래에 보물을 묻어두었으니 파서 가져라, 였다. 밭 일도 안하던 아들들이 달려들어 밭을 여기저기 파 보았지만 보물은 나오지 않았고, 나중에 그 밭이 비옥하게 되어 그것이 ..

마음숲밭 2021.03.09

삼세번

2021.2.27 토 어제가 올해 첫 보름이었다. 그 전날 잡곡밥과 나물을 했다. 정월대보름이면 잡곡밥과 나물을 하기 사작한 것은 이런 말이 마음에 와닿은 후 부터였다. '겨우내 모자랐던 비타민을 보충하고 각종 묵은 나물로 장 청소해준다'는 아주 현실적인 것이었다. 세번은 나물밥을 먹어야 한다, 는 말도 일리가 있다. 냉장고를 뒤져 찹쌀, 흑미, 조, 녹두, 검정콩, 팥 등을 넣고, 기장은 따로 사왔다. 나물은 고사리, 시래기를 삶아 볶았다, 무는 생채로, 콩나물, 시금치를 데쳐서 나물로 했다. 그리고 콩백설기를 했다. 금산 삼거리방앗간에 다녀왔다. 쌀에 비해 불려놓았던 콩이 적은 편이었다. 방앗간 아줌마와 들깨절편에 대해 물었다. 한번도 해본 적은 없다고 하였다. 방앗간에서 거피낸 들깨 300그램이 ..

마음숲밭 2021.02.27

빛의 계절

2021. 2. 23 화 오랫만에 동네 도서관에 다녀와야겠다 하고 검색하니 이제 대출은 자유롭게 하고 있다. 최완수, [겸재를 따라가는 금강산 여행](대원사, 1999), 최완수 [북악에 올라 청계천 오간수문 바라보니], 동아일보, 2004. 대출하다. 기웃거리다가 [ 아녜스 바르다의 말](제퍼슨 클라인 엮음, 오세인 옮김, 마음산책, 2020)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그것도 빌려오다. 2주 동안 세 권을 읽을 수 있을까? 갸웃.... 도서관 사서 자리에 15년전 유성문화원 책동아리팀원이었던 분이 앉아있었다. 반갑다. 인사하고 나오면서 생각한다. 당시 책동아리팀원 중 지금까지 교류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분이다. 도서관 앞 집 마당에 매화가 피었다. 올해 처음보는 매화이다. 집도 예쁘고 하늘도 좋다. 마..

마음숲밭 2021.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