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272

생태감수성

2021.6.1 화 미숙씨가 준 까만콩을 심었더니 줄을 타고 상당한 높이까지 올라갔다. 작은 콩 하나에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담고 있나 싶은데, 그것은 콩의 에너지만이 아니라 땅의 힘, 햇빛, 바람, 심지어 황사까지 그 작은 콩 하나를 도와서 그리 올라갈 수 있었다. 그 콩 이름이 넝쿨콩이라고 했다. 올해는 체계적으로 심어볼 요량으로 나무 틀을 만들어 흙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하고 그물망도 제대로 붙였다. 좀 더 크면 그물망을 덧댈 것이다. 서향집이라 발을 내리지 않고도 넝쿨콩 그늘이 생겨 시원해 보이기도 할 것이다. 미숙씨를 2005년 경 유성문화원에 있을 때 만났다. 미숙씨는 유성문화해설사, 문화유성 기자를 했다. 자신의 배농장에서 꽃이 피고 커가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기획..

마음숲밭 2021.06.01

무용한 것들

2021.5.26 수 마당을 둘러보다가 5월10일에 모종틀에 심었던 동부콩을 옮겨주어야겠다 생각하곤 앉을 자리를 궁리했다. 아래 밭에 새로 삼각대를 올려 그물망을 치고 할까 했다. 애호박 그물망 안쪽으로 우선 심었다. 그러다 가지 옆에도 심고 토마토 옆에도 심어 타고 올라갈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마당에 나가면 예상하지 못한 동선이 생기곤 한다. 동부콩 모종틀에 다시 동부콩을 심었다. 그리고 땅콩도 모종틀에 여기저기 심었다. 땅콩이 잘 되지 않았는데 아래 밭 쪽파 걷고 난 자리에 땅콩을 심으려 한다. 밑이 터진 알루미늄 물뿌리개에 꽃도 심는다. 프라스틱 물뿌리개가 햇볕에 견뎌내질 못하고 몇개째 부숴져 튼튼한 알루미늄으로 샀었는데 그만 겨울에 물이 들어있던 상태에서 얼어 밑 이음새가 터져버렸다. 아까와서 ..

마음숲밭 2021.05.26

'남쪽으로 가면 귀인을 만날 것이다’

문득 ‘귀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나에게는 ‘귀인’이 많다고 했다. 그 때는 무심코 들었는데 오늘 그 ‘귀인’의 존재가 느껴졌다. 도움을 당연히 받아들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돌이켜보니 도와주었던 귀인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다.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분들을 떠올린다. 도움을 감사하게 생각하긴 했지만 도움준 분을 ‘귀인’이라는 존재로 인식한 적이 없다. 도와주어 고맙다가 아닌 내가 만난 귀인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남쪽으로 가면 귀인을 만날 것이다’ 많이 듣는 구절이다. 청도 명상프로그램에서 만난 벤 선생님들은 귀인이었다. 벤 선생님으로부터 내가 “설겆이를 아주 체계적으로 잘 하더라” 라는 칭찬을 받고 어리둥절했다. 설겆이를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너무 천천히 한다고 동서로부터 설겆이 몫을 빼앗기기까..

마음숲밭 2021.05.25

건강한 먹거리

2021.5.17 월 지난 토요일 숲속마을 강좌 두번째 시간은 임락경의 [자족하는 건강한 먹거리]였다. 강의가 있기 일주일 전에 [먹기 싫은 음식이 병을 고친다]를 e book 으로 구입하여 읽고 있었다. 이러한 책을 읽을 때면 책을 읽으면 되지 굳이 대면의 강의가 필요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첫번째 강의 시간인 서정홍의 시인의 ‘농사와 시’ 일 때도 미리 [생각해 봤어? 우리가 잃어버린 삶]을 이북으로 구입하여 읽었다. 생각해 봤어?는 여러 저자들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것이고, 서정홍 시인은 ‘밥 한 숟가락의 무게’ 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대면 강의가 있기 전 책을 읽고 간 것은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결론은 비록 휘리릭 읽어 내가 얻고 싶은 정보를 캐취했고, 저자가 어떤 사람일 거라는 ..

마음숲밭 2021.05.23

모든 것은 표정이다

2021.5.20 목 오늘은 서울행 기차를 탔다. 심사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오는 전국의 아티스트들을 만난다. ‘아티스트 데이트’을 염두에 두면서 만나야겠다. 심사의 틀로 재단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꿈을 들어볼 것이다. 천변에 금계국 노란색이 환하다. 기차 역방향은 차창밖 시야가 넓어 좋다. 청도 아삶공에 다녀온 이후 여러가지 것들을 시도해보고 있다. 첫째는 요가명상이다. 이마에 집중하면 이마가 펴지고 눈이 떠진다. 평소 미간이 좁혀있을 때가 많다는 증거다. 명상음악을 들으며 단배공 하면서 명상을 한다. 아주 단순한 방법인데도 이걸 가르쳐준 사람이 없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잡 생각이 오간다. 이마에 집중하면 머리도 마음도 화안해지는 느낌이 든다. 내가 막연하게 걱정하는 것들을 이렇게 정리했다. 때..

마음숲밭 2021.05.23

반딧불이 루미나레

2021.5.23 일 설겆이를 서둘러 마치고 믹스커피 한 잔을 타고 얼른 전등을 끈다. 창밖의 어두움에 익어가면서 하나씩 모습이 나타났다. 매년 6월경에 등장하곤 했던 반딧불이가 올해는 좀 더 빠르게 나타났다. 올해 처음 반딧불이를 어제 보았다. 다른 해에 비해 많았다. 오늘 밤을 기다렸다. 반딧불이 출현은 보통은 밤9시 전후였는데 올해 그 시간대도 빨라졌다. 8시 이후 부터 나왔다. 얼른 설겆이를 마치고 불을 끄고 방 안 유리창에 서서 밖을 응시한다. 불을 끄고 밖을 응시하고 있으니 미리 켜두었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이 울리고 반딧불이가 춤추며 날아다닌다. 반딧불이 루미나레이다. 내 마음도 뿌듯하다. 십 여년 넘게 화학비료 사용하지 않고 버티어온 데 대한 상을 받는 것 같은 기쁨이다. 혼자서 축제..

마음숲밭 2021.05.23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세요

2021.5.13 목 불고기에 데친 콩나물을 넣어 볶았다. 좀 전에 잘라온 미나리도 넣었다. 맛이 그럴듯 했다. 밥과 콩나물불고기만 먹기엔 약간 부족한 듯했다. 밭에서 청경채, 상추, 쑥갓 등을 넣고 무쳤다. 마늘은 넣지 않았다. 간단하게 먹는 방법. 물론 불고기는 이미 재워두었던 것이라 간단하게 먹을 수 있었다. 밥 대신 빵으로 대체해도 괜찮을것 같다. 간단하면서 탁하지 않은 음식을 만들어야겠다. 마종기의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살았다]에서 두 편을 발췌했었다. 언젠가 소개하려했던 조병선의 [클래식 법정]이 눈에 띄어 읽어본다. 이 책 소개가 재미있겠다 싶어 브람스와 라흐마니노프 두 편을 입력했다. 마종기의 시작 에세이는 생애사팀에게 소개하고 주말에는 클래식 법정을 블로그에 올려야겠다. 임현정의 연주로..

마음숲밭 2021.05.14

성급함

2021.5.10 월 눈뜨니 어둑하다. 날씨를 본다. 비가 올거라한다. 커튼을 걷는다. 밝아오는 새벽하늘을 보고 싶었다. 번쩍하는 빛을 보았다기보다는 느꼈다. 조금있다 먼 천둥소리. 곧 비가 올 모양이다. 아침식사는 불린 약콩과 두유를 넣어 갈았다. 어제보다는 약콩을 많이 넣고 했다. 참치샐러리피망을 넣어 마요네즈로 버무린다. 참 희안하다. 향이 진한 샐러리가 참치와 섞이면 샐러리의 향과 참치비린내가 사라지고 식감만 남는다는게. 빵을 입에 넣는 순간 멈춤. 내려놓고 잠시 커피로 호흡을 고른다음 천천히 먹는다. 식빵 한조각을 사등분하여 먹는다. 식탐으로 먹지 말것. 매번 음식 앞에서 맛보려는 욕구가 앞선다. 멈춘 숨을 고른 후 먹는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이다. 산책명상을 나간다고 하고는 걷는 마음이 앞선..

마음숲밭 2021.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