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숲밭 271

무한 변신

2021.8.23 월 날 흐리더니 비. 이삿짐 정리하다보니 호청 빨려고 벗겨놓은 요가 있었다. 발가벗겨진 것같아 얼른 거실바닥 청소하고 요를 꿰매기 시작. 호청은 찾았으나 바닥면 천을 무얼로 했었는지 생각나지 않았다. 번쩍 떠오른 건, 커튼처럼 가림막으로 사용했던 천. 마침 빨아두었던 걸 찾아 조금 구겨져있으나 그 천을 대고 시침질을 했다. 완성. 여러 이야기가 혼재된 솜 요이다. 결혼할 때 좋은 목화솜으로 만든 이불 한 채 선물받았다. 아파트로 이사가면서 두꺼운 솜이불 한채를 여러채로 나누었다. 솜보다 가벼운 오리털 거위털 양털이 유행하면서 어느 사이 솜이불은 이불장 아래칸에서 묵혀지냈다. 몇해전부터 다시 솜이불을 사용하니 적당한 무게감과 포근함이 있어 털이불들이 아래칸으로 밀려갔다. 2010년 인도여..

마음숲밭 2021.08.23

상사화 필 무렵

2021.8.16 월 상사화 필 무렵 경주 기림사 가는 길에 무슨 향기가 이리 날까 둘러보았다. 짙은 보랏빛 꽃에서 아주 좋은 향기가 났었다. 칡꽃의 향이라 하였다. 칡향이 나는 무렵이면 경주 기림사에 가고 싶어진다. 금산에서 텃밭하며 정착한지 십 여년 되었다. 제일 지긋지긋한 풀이 칡이었다. 엄청난 생명력을 가진 칡순이 넘실거리며 텃밭으로 손을 뻗어 고추 등 각종 채소류의 목을 죄어버렸고 길 쪽으로도 넘어왔다. 낫으로 칡순을 잘라낸 날은 털들이 몸에 붙어 가려웠다. 풀독인듯 했다. 올해는 처서가 8월23일, 백중이 8월22일이다. 백중날인 음력7월15일은 ‘호미씻이’라고 하여 농촌의 축제였다고 한다. 음력 7월15일이면 풀뽑을 일도 별로 없어 호미질을 그만 해도 되는 계절이 왔음을 알렸다. 텃밭하면서 ..

마음숲밭 2021.08.16

벌집 건드리다

2021. 8.3 화 벌에 집중 공격받은 건 내나고 처음이다. 낫들고 풀을 베다 벌집을 건드린 모양이다. 다리에 따끔한 통증이 몇군데 스쳐지나갔다. 순간 이게 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괴성을 지르며 낫으로 휘두르며 집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식초를 발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식초를 물린 부위에 부었다. 3군데가 부풀어 올랐다. 벌침도 치료제라는데 라고 안심시키면서도 나의 피부는 벌침에도 크게 반응한다. 약국에가니 알레르기 약과 가려울때 수시로 바르라고 연고를 주었다. 저녁밥을 먹고나자 몸살이 든 것처럼 전신이 피곤하다. 몸이 놀랐나보다. 한밤중에 수도를 세게 틀어놓은듯 직수로 비가 꽂히는것 같다. 창문을 닫아야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몸을 일으킬수 없다. 새벽 밝은 기운도 없는데 일찍 잔 탓에 눈은 떠..

마음숲밭 2021.08.03

동부콩

동부콩 성질 동부 콩은 맛이 달고 성질은 평이하며, 당뇨병과 구토, 설사 등에 효능이 있습니다. 또한, 콜라겐을 생성하고 신장을 보호하고 위장을 튼튼히 하며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성장 발육에도 좋으며 민간에서 뿐만 아니라 한방에서도 약재로도 쓰고 있습니다. 음식재료이기 때문에 부작용에 없어 제한이 없으며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도 좋습니다. 동부콩 요리, 먹는 법 동부콩은 밥에 섞어 먹어도 좋을 뿐만 아니라 과자의 원료로 쓰거나 떡고물로 쓰기도 합니다. 또한 묵으로 만들거나, 송편을 빚을 때 소로 넣어도 좋습니다. 외국에서는 동부콩을 블랙 아이드 피스로 불리며, 수프와 샐러드, 볶음요리에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동부콩이 다양한 요리에 쓰이고 있는 이유는 식이섬유가 많아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

마음숲밭 2021.07.25

인정 욕구

2021.7.13 화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일어나 거실에서 몸풀기 운동을 했다. 눈뜨자마자 하는 것이 역시 좋다. 아침은 단호박을 삶아 전지분유를 넣어 스프를 끓였다. 저지방우유로 하는 것보다 풍미가 좋다. 지방의 맛일 것이다. 참치와 샐러리와 마요네즈겨자소스 등을 넣어 샐러드를 만들었다. 어제 남은 삶은 계란도 있고, 단호박과 고구마도 구웠다. 먹을 것이 풍성하다. 천고마비 시절이 오기 전에 살이 찔 것 같다. 식사, 설겆이, 청소를 마치고 나니 10시 45분이 넘었다. [동의보감]에서 읽은 인정 욕구를 주제로 글쓰기를 해보자는 제안이 나왔을 때 제일 먼저 떠올린 에피소드는 초등학교4학년 무렵의 건이다. 에피소드 1) 나는 간호원언니와 일하는 언니들과 함께 방을 사용했다. 그러다보니 언니들이 하는 ..

마음숲밭 2021.07.13

보랏빛을 머금은

2021.7.12 아침에 눈을 뜨니 5시35분 일어나 커튼을 연다. 냥이들이 대기하고 있다. 나와서 냥이 밥을 주고 월파재로 건너가 화장실에 다녀온 후 바닥 매트를 펼친다. 몸 풀기를 한 후 단배공을 한다. 이쪽과 저쪽의 거리감을 두고 움직인다. 거리감은 정신을 맑게 한다. 이렇게 바로바로 하면 될 것을 좀더 누워 꼼지락거리다보면 식사 준비를 하고 먹고 풀뽑고 산책하면 하루가 시작되어 버려 몸풀기 시간을 놓치게 된다. 식사 후 밭을 돌아본다. 동부콩들이 잘자라고 있다. 타고 올라가 그물과 가깝게 하기 위해 끈으로 고정해준다. 키가 커 버려 넘어져 있는 비비추도 묶어주었다. 사진을 찍는다. 보라색꽃들이 지금 시기 집중해서 피고 있다. 비비추 옥잠화 베르가못 가지 동부콩 꽃, 그리고 ?? 들이 그러하다. 봄..

마음숲밭 2021.07.13

일상의 기적

2021.7.8 목 [고귀한 일상]을 펴 들었다가 김영미에게 보내고 싶은 글을 발견했다. 이전에 나도 밑줄을 그어 동감했던 글이다. ‘이렇게 좋은 날’ 예전의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날 환장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젠장, 날씨는 왜 이리 좋냐!”라는 말이 저절로 흘러 나올 만큼 ‘여기’가 아닌 어디 먼 ‘저기’로 떠나고 싶은 간절하다 못해 욕설이 터져 나오는 소망. 그런데 나는 이 좋은 날 ‘지금 이곳’에 있고 싶어 한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비로소 나 자신으로 있는 거다. 강제된 노동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하고, 타의에 의해 짜인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나는 내가 하는 일과 분리되지 않으니 일이 곧 즐거움이다. 이 투명한 가을 햇살, 고통스러울 만큼 소중한 시간에 넌 뭘 하고 싶니? 뭘 ..

마음숲밭 2021.07.08

울력

2021.6.8 화 울력: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어떤 일을 함께 하는 것. 또는 그 힘. 한 달에 한 번씩 사람들이 모여 마을청소를 한다. 매번 하는 일들에 강조점이 있다. 지난 달에는 금산행복나눔센터에서 설치해 준 분리수거함 청소와 수거함 바닥에 데크를 까는 공사를 했다. 그 전달에는 분리수거함 설치를 앞두고 기존의 분리수거함 해체 작업을 했다. 오랫동안 마을 입구의 서낭당 같았던 분리수거함은 마을사람들이 만들어 사용해왔던 것인데 나무들이 삭아서 다시 지어야한다는 의견이 있던 차에 행복센터에서 시범마을이라 하여 설치해주었다. 마을 입구 서낭당 같았던 분리수거함이 신식 마을버스정류장 처럼 산뜻해졌다. 이제 마을이 풀들로 무성해진 시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제초작업이 시작되었다. 마을사람들이 개인용 ..

마음숲밭 2021.06.08

생태감수성

2021.6.1 화 미숙씨가 준 까만콩을 심었더니 줄을 타고 상당한 높이까지 올라갔다. 작은 콩 하나에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담고 있나 싶은데, 그것은 콩의 에너지만이 아니라 땅의 힘, 햇빛, 바람, 심지어 황사까지 그 작은 콩 하나를 도와서 그리 올라갈 수 있었다. 그 콩 이름이 넝쿨콩이라고 했다. 올해는 체계적으로 심어볼 요량으로 나무 틀을 만들어 흙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하고 그물망도 제대로 붙였다. 좀 더 크면 그물망을 덧댈 것이다. 서향집이라 발을 내리지 않고도 넝쿨콩 그늘이 생겨 시원해 보이기도 할 것이다. 미숙씨를 2005년 경 유성문화원에 있을 때 만났다. 미숙씨는 유성문화해설사, 문화유성 기자를 했다. 자신의 배농장에서 꽃이 피고 커가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게 기획..

마음숲밭 2021.06.01